어디선가 퍼온 음악 문답

1.  음악을 좋아 하나요?

네.

2. 하루에 음악을 듣는 시간은?

음, 대중없어요. 단 하루 종일 듣지는 못합니다. 귀가 쉽게 피로하는 쪽이라서요. 앨범 단위로 듣기 때문에 많이 들을 때면 대여섯장, 아예 안 듣는 날도 많아요.

3.주로 듣는 음악은?

뭐 그냥 영미 팝/락 이죠. 그쪽 나라에서는 independent 라고 이름 붙인 장르 음악을 많이 구입하는 것 같습니다.

4.지금 듣고 계신 곡은 무엇인가요?

피닉스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피닉스 앨범중 한 곡이요.

5.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중학교때 친구와 밴드를 했어요. 그때 같이 하던 친구는 지금도 밴드를 하고 있어요. 전 재능이 너무 없어서 포기했죠. 고등학교때 밴드 시험에서 낙방한 후 악기를 만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6. 내 인생에 있어서 음악이란?

흠. 볼빅같은 존재? 목마름을 달래주는 것. 다른 물 먹어도 사는 데 지장없지만, 기왕이면 좋은 물 먹고 싶잖아요.

7. 가장 최근에 구입한 음반은?

브라이언 윌슨의 <Smile> 앨범을 지금에야 구입했슴둥

8. 개인적으로 아끼는 음반은?

돈주고 산 건 다 아끼죠.

9. 가지고 계신 음반수는?

씨디는 한 300장? 엠피3로 넘어온지 몇년 됐어요.

10. 콘서트(라이브 혹은 파티)는 자주 가시는 편인가요?

돈되고 시간되면 가야죠.  혼자 가면 재미없고 친구랑 같이 가는 게 좋아요.

11.가장 감동적이었던 콘서트는?

윌코의 red rocks 에서의 공연.

12.내한공연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하는 음악가가 있나요?

음. 푸 파이터스?

13.나의 음악 청취 변천사

국민학교 – 머라이어 캐리 캐롤 음반 들으며 두근 두근. TLC 의 <Crazy Sexy Cool> 앨범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

중학교 – 중1때 일생의 은인이자 베프인 친구를 만나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 산 앨범은 Skid Row 3집이었고, 헤비 메틀 위주로 들었죠. 2학년때 너바나나 펄잼같은 얼터너티브 밴드들 앨범을 사기 시작했고, (마침 시기가 딱 맞았어요. 94년도에 커트 코베인이 죽었고 그때가 국민학교 6학년때였으니) 중3때는 트립합이랑 일렉트로닉쪽으로 넘어간 듯 해요. 언더월드나 포티셰드같은. 배철수 아저씨 방송이 바이블이었어요. 매일 들었어요 진짜.

고등학교 – 음악 잘 안들었어요. 그냥 간신이 명맥 유지하는 정도. 블러나 라디오헤드같은 브릿팝 위주로 들었죠. 콘이니 림프 비즈킷이니 이런 헤비한 음악들이 득세하던 시절이라 아무래도 영향을 받았겠죠.

군대전 – 음악 아예 안들었어요. 연애하느라 바빠서..

군대 – 못들었죠. 재즈 음반 몇장 사 가지고 말년 휴가 복귀했던 기억이 나네요.

전역 후 – 한 4년 정도 음악적 공백기가 있었고, 이 때 위대한 음악들이 많이 탄생하면서 페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더라구요. 전 이 변화들을 다 놓쳤죠. 뒤늦게 ‘역사’ 로 따라잡아야 했는데, 이게 지금까지 제일 아쉬운 부분이네요. 정보력이 많이 딸렸던 시절이라 정보 입수하는 대로 들었던 것 같고,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불법 다운로드가 주된 음원 구입 방법이었던 시기였습니다. 부끄러운 시기죠. 하지만 이 3년의 기간동안 좋은 음악을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현재의 음악 취향이 완성된 시기인 것 같구요.

미국 와서 – 한국의 음악팬층과, 미국의 음악 문화는 미묘하게 다르더라구요.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좋은 공연도 많이 봤고, 거의 실시간으로 최신 음악들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 제 취향은 daft 님의 블로그와 80%, 피치포크와 75%, 가디언과 72% 정도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14. 음악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많죠. 뭐부터 말할까요.

15. 좋아하는 음악가(혹은 그룹)을 적어주세요.
어떻게 다 적습니까. 다른 포스팅들을 참조하세요.

16. 위에 적어주신 음악가 중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다 의미가 나름대로 있겠지만 개인적인 ‘임팩트’ 로 따지자면 아무래도 너바나와 그런지 밴드들이겠죠.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줬으니.

17. 나만의 명곡이 있나요?

음. Tricky 의 “makes me wanna die”? 이건 뭐 워낙 유명하니.. 포티셰드의 곡들이 참 좋죠.

18. 노래 잘 부르세요?
제 여자친구가 한 말이 있어요. 음악을 깊게 듣지 않는 친구인데요, “넌 음악듣는 귀와 머리는 참 발달했는데 왜 그게 성대로 연결이 안되냐..” 라고 했어요. 음치입니다.

19.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는 곡이 있나요?

노래방 안갑니다.

20. 춤은 잘 추시나요?
소시적에 클럽은 다녔는데, 누가 클럽을 여자 꼬시러 가지 춤추러 가나요. 음악 좋아하는 친구와 하우스나 덥 들으러 그쪽 음악 틀어주는 클럽 가면 춤 재밌게 춥니다.

21. 좋아하는 OST, 또는 음악이 좋다고 생각했던 영화는?
음. 미션.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샤인. 바벨. 그외 정말 많죠. 생각이 안나네요.

22.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곡 중 좋아하는 것은?

음..

23. 가지고 있는 MP3는 몇 곡 정도 되나요?
지금 엠피3에는 4618곡이 있네요.

24.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예전엔 배철수의 음악캠프. 지금은 없어요.

25. 음악이 듣고 싶을 때와 듣기 싫을 때는?
기분이 좋을때 혹은 나쁠때.

26. 앞으로 더 들어보고 싶은 음악은?
클래식이랑 재즈요.

27. 음악을 듣기 위해 자주 가는 사이트는?
피치포크, 메타크리틱, 올뮤직에서 정보를 얻구요.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의 블로그를 수시로 방문합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아이튠즈로 가서 음원을 구입하고요.

28. 쓰고 계신 음악 청취용 유틸리티는?
?? 컴맹이라 무슨 말인지 잘… 디바이스라면 아이팟을 씁니다. 컴퓨터로는 음악을 안들어요.

29. 음악에 관한 잡지나 서적을 자주 읽는 편인가?
온라인 매거진 위주로.

30. 좋아하는 악기는? 특별히 연주할 줄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예전에 기타를 좀 쳤었고, (지금은 안쳐요) 피아노랑 첼로를 좋아합니다.

31. 추천해주고 싶은 곡이 있나요?
릴리 알렌 신보가 좋아요.

32. 기분 전환할 때 듣는 음악은?
딱히 없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듣습니다. 굳이 꼽자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요요마의 음악을 듣습니다.

33. 지금 핸드폰 벨소리는?
AT&T 공식 벨소리.

34. 학창시절 음악성적은?
기억은 안나는데, 국민학교때는 안좋아고, 중학교때는 공부 잘하는 애들한텐 점수 잘주니까 좋았고, 고등학교때는 다시 안좋아 졌죠.

35. 음악을 듣는 이유는?
좋은 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요.

36. 음악이란? (혹은 좋은 음악이란, 나쁜 음악이란)
좋은 물.

37. 바톤을 받을 사람은?
글쎄요 ㅎ

38. 작성후기
별 생각 없습니다. 하기 전에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별로네요 ㅎ

첫번째 리젝

진욱이가 뉴욕으로 다시 떠나는 날 저녁, 잠시 집에 들러서 편지 뭉치를 확인하다 USC 에서 온 얄팍한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얄팍한 봉투. 직감적으로 리젝 메일임을 느꼈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 놀랐다. 2년만에 다시 리젝 메일을 받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정말 힘든 결정이었고 정말 competitive 했고 어쩌구 저쩌구.. 그냥 DENIED 라고 간단하게 써주면 될걸 뭐 그리 구구절절하게 쓰나.. 싶었다. 재미있는 건, 2년전 지원시 첫번째 리젝 메일을 받을때에도 진욱이가 옆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는 영국 여행중이었다. 아마 럿거스에서 받은 걸로 기억한다.

펀딩은 짤리고, 슬슬 리젝 메일은 오기 시작한다. 어제 부모님께 펀딩이 짤렸다는 메일을 보내드렸는데 오늘 어머니께 답장이 왔다. 친척들끼리 모여 무엇을 했고, 아버지는 무엇을 했고, 하동에서 감을 따서 친지들에게 보내고, 서울에서는 또 무슨일들이 있었고.. 크리스마스 이브서부터 오늘까지 어떻게 보내셨는지를 자잘하고 소상하게 적어 주신 다음, 마지막엔 “엄마의 뽀뽀를 받아라.” 라는 인사말을 남기셨다. 눈시울이 붉어져 모니터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항상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받는데도 항상 뭉클하다. 집에 신세를 지는 게 너무나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워 괴로운데, 당연히도 부모는 그러지 말라 한다. 그 와중에 오고가는 정이 있으니 그 정으로 버티는 듯 싶다.

진욱이와 공항에서 헤어졌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늦어져 새벽 한시 반에야 출발함에도 불구하고, 진욱이는 출발 시간 네시간여를 남겨두고 기어코 게이트안으로 들어 갔다. 이정도 나이가 먹으니 배려라는 명목으로 서로를 힘들게 하는 일이 줄어든다. 서로에게 가장 편한 것을 하게끔 내버려 두는 것, 그게 지금 나이의 진욱이와 내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인 것 같다.  지금도 공항에서 죽치고 있을텐데, 미안하면서도 아쉽다. 조금 더 잘해줄 수 있었을텐데, 내 마음이 너무 가난하고 온전치 못한 관계로 어이없이 시간을 낭비시킨 것 같아 마음이 더 무거워 진다.

funding cut down

펀딩이 깎였다. 풀펀딩으로 구두 약속받았다가 정작 계약서에는 깎여서 나왔다. 차라리 처음부터 적게 준다고 말해줬으면 기분이 덜 나빴을 것 같다는 얘기를 친구와 주고 받았다.

경제 한파때문인지, 학부생들의 enrollment rate 이 학과에서 예측한 것 만큼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뭐 이유야 어찌 되었든, 다음 학기는 다시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당장 차를 처분할까 생각중이다. 차를 팔면 대충 생활비는 이전 수준만큼 나오니까. 불편하더라도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나 생각하고 있다. 경기가 후퇴할 때에는 단기적으로 asset 을 처분하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장기적으로는 물론 안좋겠지만.

크리스마스를 우울하게 보내지 않게 해준 학과측에 감사. 대신 참 우울한 연말연시를 보낼 것 같긴 하다. 조삼모사인가 ㅎ

학교에 정을 막 붙이려는 순간마다 이런 일들이 하나씩 터진다. 나는 결국 그 망할 중국인 교수의 농간때문에 계속해서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 같다.

어드미션 결과는 유덥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해서 비씨까지. 2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서부부터 시작해 동부로 끝난다. 내 경험으론 그렇다.

아무데나 붙어라. 제발 이곳을 떠나게.

고마운 물건

힘들때마다 나를 지켜준 물건들이 있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이 잔뜩 들어간 그런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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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 중 하나다. 사람들, 장소들과 함께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런 것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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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ision making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오고 있음을 느낀다.

살면서 중요한 결단을 내리고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고, 그 이후의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순간은 여러번 찾아 온다. 나같은 경우에는 개인의 욕심, 욕망에 충실하기 보다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판단하는 편이다. 내가 과연 내 결정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다 질 수 있는가, 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근데 가끔은 절대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상당한 피해와,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기다리는데도, 반드시 무조건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나는 결국 내 뿌리를 찾아 가기로 했다. 조금은 보수적이 되는 것 같다.

Albums of the decade : must be noted in my perspective

훌륭한 식견을 가지고 계신 리스너/음악 업계 종사자 분들께서 다 하신다는 2000년대 최고의 앨범 베스트 50. 나는 조금 기준을 다르게 해서 뽑아 봤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2000년 이후 정말 죽인다, 싶은 앨범이 뭐가 있었냐’ 라는 주제로 수다를 떨 때, 내 입에서 반드시 나올 만한 앨범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주관적이다. 그리고 편파적이다. 나의 취향만을 고려했다. 읽다 보면 눈치 채시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데뷔 앨범보다 sophomore 나 third 앨범을 선호한다. 음악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덜 중요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조금 더 성숙하고, 조금 더 무르익은 그네들의 업그레이드 버젼에서 더 큰 희열을 느꼈다. 그런 앨범들 중 어떤 것들은, 그들이 보여준 마지막 불꽃인 경우도 있었다. 몰락을 경험하기 직전의 마지막 르네상스. 나에겐 그쪽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무튼,한 아티스트가 두세장의 좋은 앨범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대로 다 언급했다. 굳이 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라디오헤드 커리어 사상 최악의 앨범은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앨범보다 더 낫다.

또 하나, 즉흥적으로 작성하다 보니 ‘당연히’ 빼먹은 좋은 앨범들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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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는 없다. 알파벳 순이다. 영미 팝 음반만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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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e :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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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 : Talkie Walkie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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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y & the Johnsons : I am a bird now (2005), The crying nigh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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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de fire : Funeral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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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Iver : For Emma, forever ago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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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ial : Untru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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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Obscura : Let’s get out of this country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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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 Be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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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ft Punk : Discovery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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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ien Rice : 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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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Cab for Cutie : Plan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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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ves : The last broadcast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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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ls : With strings Live at the Town Hall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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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sions in the Sky : The earth is not a cold dead place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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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ist : Let it die (2005), the Reminde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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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et Foxes : Fleet Foxes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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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illaz : Demon Day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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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Day : American Idiot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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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pol : Turn on the bright side (2002), Antic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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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ce : Cros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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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Late Registration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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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 Thing We Lost in the Fire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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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 : Kala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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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83 : Before the Dawn Heels u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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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hemical Romance : The Black Parad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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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h Jones : Not Too Lat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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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Sound Soundtrack : Onc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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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 Bear : Person Pitch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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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ishead : Third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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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al Service : Give up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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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Kid A (2000), Amnesiac (2001),  In Rainbow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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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Patrol : Eyes Ope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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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of a Down : Mezmerize (2005), Hypnotize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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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cemberists : Crane Wif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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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laming Lips :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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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 Team : Thunder, Lightning, Strike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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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ld Steady : Stay Positiv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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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ional : Boxer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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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eets : A grand don’t come for easy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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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okes : Is this it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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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kmen : A Hundreds Miles Off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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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s : The Invisible Band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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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on the Radio : Return to cookie mountain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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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LE : Never, Never, Land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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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co : Yankee Hotel Foxlot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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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 la Tengo : I’m not Afraid of you and I will Beat Your As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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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XX : The XX (2009)

Brittany Murphy passed away

어쩐지, 어제 밤 해피 피트를 케이블에서 해주길래 재밌게 봤는데, 오늘 오후 비보를 전해 들었다. 은근히 머피가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본 것 같다. 클루리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업타운 걸스, 8마일. 그리고 러브 엔 트러블까지.

러브 엔 트러블에서 자지러져라 꺽꺽거리면서 웃는 게 너무 인상적이어서, 영화 자체는 별로였는데도 머피에 대한 좋은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더랬다. 동성연애자 친구랑 깔깔거리면서 숨넘어가듯이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저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라고 까지 생각했었더랬다.

이제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심장마비로 갔다니, 고통은 짧았을까.

Rest in peace,

drunken

오랜만에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 왔다. 시험 끝나고 3일 연속으로 술을 마셨는데, 취한 적은 지금이 처음이다. 한국인 선배들, 연배 높으신 한국인 형님들과 술을 마시다 보니 긴장해서 쉽게 취하지 못했나 보다. 오늘은 스캇의 생일이었고, 생일 파티라고까지는 하지 못하겠고 그냥 가볍게 저녁 한끼 먹고 근처 술집에서 술한잔 하고 들어 왔다. 마신 양으로만 따지면 며칠 전보다 훨씬 적은데, 확실히 편한 사람과 마시니 금방 취한 것 같다.

올 여름 한국 인사동거리에서 사온 거북이 모양의 장식품을 선물로 줬다. 선물을 준비해 온 사람이 저녁 식사를 함께한 일곱명중 나 하나여서 본의아니게 많이 쑥스러웠는데, 아무튼 ‘福’ 자가 선명하게 자수로 새겨져 있는 거북이 (이놈도 복을 상징한다지) 를 선물로 주고 앞으로 1년동안 좋은 일만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빌어 줬다. 동양의 복 개념과 서양의 fortune 개념은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그래서 그 놈이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원래대로라면 미친척하고 스캇 옆에서 춤도 추고 폭탄주도 마셔가며 분위기를 띄어야 했건만, 왠일인지 오늘은 모두가 차분한 분위기에서 뜬금없이 영화퀴즈를 했던 지라 나는 옆에서 그냥 풋볼이랑 농구 게임에만 집중했다. 그러게 내가 corner o’neil 을 가자고 했지.. 거기 가면 carbamb 과 함께 미쳐 줄 수 있건만..놈이 프리림을 두개나 봐야 하는지라 이번 겨울이 못내 여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오후에도 문자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으니, 가뜩이나 내성적이고 소심한 스캇의 성격에 두개의 프리림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 일찍 헤어진 것도 그 이유때문일 테고.

볼더의 겨울은 춥다. 추운 만큼 썰렁하고 을씨년스럽다. 여기 저기 캐롤이 울려 퍼지고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집집마다 걸려 있어 지금이 어느 시즌인지 알기는 어렵지 않지만, 나같은 가난한 유학생에겐 조금 더 소외감을 느끼기 좋은 시즌일 뿐이다.

내일 아이폰을 사기로 했다. 어무니가 크리스마스 카드대신 500달러를 보너스로 부쳐 주신다고 했으니, 먹거나 노는 비용으로 충당하기 전에 add a line 으로 싼 값에 하나 장만해야 겠다. 아이폰을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 한글로 문자를 보내기 위해서. 영어로 한국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는 엿같은 상황은 더이상 연출하기 싫다. 뭐.. ESPN 이나 NBA.com 에서 스코어보드 확인하기 위해서라고는 말 못하겠고..

정신이 어지러워 헛소리를 해 가며 차를 얻어 타고 왔다. 술에 취한다고 해서 특별히 주정을 부린다거나 딱히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닌데, 편한 사람들 앞에서 말을 조금 더 많이 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에선 ‘그래, 이 얘기는 하지 말자.’ 라고 꾹 눌러 담을 만한 것들을 술에 취하면 괜히 용기가 덧붙여져서 꼭 하게 된다. 다음날 아침 알싸한 후회와 함께 머쓱한 웃음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하는 건 항상 덤처럼 따라오는 sequel.

나는 스캇이 좋다. 앵글로 섹슨 애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태생적 한계를 감안하지 않고서라도 그놈의 배려심과 섬세한 마음 씀씀이가 내내 고맙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놈도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 가끔은 한국에 있는 진우가 떠오른다. 3년이라는 시간을 오롯히 함께 보냈고, 그 시기가 우리의 그 이후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래서 우리는 거의 같은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오늘의 삶을 살아간다. 그 친구와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1년에 한번을 채 만나기 힘들었음에도 우리는 만날 때마다 아직도 우리가 같은 선상에서 같은 고민과 같은 point of view 를 가지고 있음에 놀랐다.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져 있고 전혀 다른 삶의 task 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농담으로 스캇이 그런 말을 한적이 있다. (이것도 역시 술에 취해 한 말이었을텐데) “너가 미국에 태어났으면 나처럼 되었을 것이고, 내가 한국에 태어났으면 너처럼 살아 갔겠지.” 그정도의 상대성만 가지고 있어도 아주 감사할 따름이다.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내일 하루 조용하게 보내면 다음날 새벽 비행기로 시애틀로 간다. 거기서 4박 5일을 보내고 돌아오면 김군을 덴버 공항에서 만난다.

바쁘지만 결코 나쁘지 않은, 감사하기만 한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다.

dear

어제 한국인 형님 한분이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해주셔서 경수 누나, 룸메이트 형님과 함께 갔다. 아이오와에 계시다가 논문이 잘 되지 않아 콜로라도로 오신 분인데, 지난 학기 함께 TA 를 하면서 가까워 졌다. 함께 수업을 듣지 않아서 직접적으로는 알 수 없었으나 주위에서 들리는 바에 의하면 굉장히 똑똑하시고, 아시는 것도 많으시다고. 한학기동안 수고했다며 저녁 식사를 한상 가득 차려 주셨다. 아주 미인이신데 요리도 엄청 잘하시는 형수님과 똘망똘망한 아들내미 둘과 함께 family housing apt 에서 살고 계셨다. 난 미국에서 수육을 먹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굉장히 맛있어서 계속 먹다가 그만 탈이 나서 소화제를 먹고 겨우 진정이 될 수 있었다.

첫째 아들 이름은 태경이인데, 내가 이곳에 와서 겪은 모든 아이들보다 월등히 매력적이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놀라운 집중력으로 그 집에 머무는 몇시간동안 내내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면서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다. 아이들과 별로 친하지 않은 나조차 애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참 이쁘고 귀여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영어 이름이 Justin 인데 이름의 기원이 단순하게도 Justin Timberake 라는 거 정도?

아이오와에서 2년, 뺑소니부터 강도까지 갖은 고생을 다 겪으며 코스웤 과정을 우월하게 마치고도 교수와의 논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나 이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심정은 과히 좋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가 둘씩이나 딸린 가족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형님의 어깨가 처져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제 막상 집에 가서 그 가족이 사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됐다. 이런 가족과 함께라면, 그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와도 쉽게 좌절하거나 쓰러지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못할 것 같다.

참 부러웠다. 어쩄거나 나는 지금 혼자이고, 당장 결혼할 계획도 생각도 없으니, 나에겐 너무나 먼 미래요, 단기간에 맛보지 못할 꿀맛같은 행복이다.

사랑이 그리 먼 곳에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딘가에 운명처럼 쥐죽은 듯이 기다리고 있는 절대 반지같은 보석도 아닌 것 같고. 누구를 만날 것이냐는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가정이 있으신 유학생 형님들의 집을 하나 하나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뭐가 보이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등등. 학교 밖에서도 배우는 건 참 많다.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배움이다. 배움은 배움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내 몸에 체화되어 발현이 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되기 까지 많은 수련이 필요한 것이고.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