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 열풍

이성의 외모에 집착하는 건 솔직히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더 심하지만, 한 여대생의 발언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 키가 크고 싶어도 클 수 없는 왜소증 환자들에게 또 한번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담론의 99.9% 는 말장난이고, 비꼬기이고, 트집잡기에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열폭’ 이라고 할 수 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신체의 결함을 흉보는 행위는, 성인이라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사회적으로 매장당해도 할 말이 없고, 학교에서 법적인 조치를 당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다. 제작진의 잘못을 성토하는데, 그 프로그램에 나가고 발언을 한 건 100% 출연자의 몫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생각해도 그 여대생의 마음속에 일말의 허영심도 없었는지 의심해 볼 일이다. 방송국은 돈을 벌기 위한 회사이지 자선 단체나 공익 단체가 아니다.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썼어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 KBS 가 공영방송인지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키가 큰 남자를 ‘선호’ 한다. 어깨가 넓고, 팔다리가 길며, 배가 나오지 않은 남자는 ‘사회적으로’ 선호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대머리를 싫어한다. 피부가 지저분한 남자도 싫어하고, 입냄새가 많이 나는 남자도 싫어한다. 보편적인 사회적인 기준이 그러하다. 이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거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 사회적 선호도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이들을 비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은 성숙한 인간으로서 가지지 말아야 할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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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제일 이해가 안되었던 게 왜 외국 여자들은 헨드백 안메고 백팩 메고 다니냐는 질문.. -_-
당연히 책이 많으니까 백팩을 메지 이 양반아…
다양성과 상대성을 존중한다는 건 이런 부분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또 제일 안타까웠던 건, 왜 이렇게 한국 여성 출연진들이 하나같이 의존적일까 하는 부분. 남자가 돈을 지불해 주길 바라고, 남자가 여자보다 능력이 더 뛰어나길 바라고, 남자의 외모가 뛰어나길 바란다. 이것도 물론 자연스러운 선호 체계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가능하다면’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많은 걸 해주기를 바라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포기할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기준으로 그런 물질적인 부분들이 우선시된다면, 또 그런 성향이 보편적으로 확산된다면 그 사회는 조금 더 각박해져 가고 있다는 게 아닐까. 어느 기준이 더 ‘효율적’ 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다만 ‘멋있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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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성의 외모를 본다. 나는 허리가 이쁘고, 손목과 발목이 가는 여자가 좋다. 상꺼풀이 없으면 더 좋고, 손가락이 이쁘면 금상첨화다. 근데 이런 외모의 기준이 이성의 성격보다 결코 우선시 되지는 않는다. 난 주로 내가 개그를 먼저 치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편이라 나랑 개그 코트가 맞고 내 얘기를 잘 들어줄 수 있는 여자가 좋다. 또 상식에 기반해 사고하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여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만약 이런 성격을 가진 여자가 허리가 굵고 손목과 발목이 굵고 쌍꺼풀이 두껍다 하더라도 나는 그 여자와 사귈 것이다. 외모는 언제나 부수적인 것이지, 그것이 절대 기준이 되는 사회는 ‘후진적’ 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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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나도 만약 키가 180cm 를 넘지 않고 (나는 그 여대생의 기준에선 ‘위너’ 다) 어깨가 넓지 않았다면, 과거와 같은 연애사를 가지지 못하지는 않았을까 싶다.

10 thoughts on “루저 열풍

  1. 정말 웃기는 여자죠. 모든 여대생들이 저런 사고를 가지고 있는건 절대 아닌데, 참 허영심 많은 여대생들을 갖다 앉혀 놨더군요. 외국 여자v한국 여자 대립구도를 만드는 것 같아서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대본에 씌어진 대로 그대로 말한 여자도 문제고, 미수다 자체도 전 별로 안좋아하는터라, 이참에 그만 좀 내렸으면 좋겠네요. 쉬이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_-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죠. 그러나 그 선호가 허영심으로 나타나면, 결국 그 인간은 거기까지가 한계라는 거겠죠.

    • 그나저나 180 넘고 안넘고를 떠나서 비율이랑 기럭지 문제이지 말입니다..

    • 말씀 중 죄송한데, 170cm 여성에게 180cm이하 남성이 데이트상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발언이 허영인 이유가? 168cm 여성인 저도 180cm 이하 남성이 쉬이 데이트 상대로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또 실기 위주의 인하공전 여학생이 백팩을 이해하지 못하는게 허영인 이유가? 실기 위주의 전공출신인 저도 두꺼운 책의 존재를 고시하고 나서 알았는데 말이죠.

      지금 더 웃기는 건 개념녀와 무개념녀라는 이중잣대인거 같은데요. 20초반 여학생들 앉혀놓고 줄잡아 평균 30은 되는 외국 여성 앉혀놓고 담화하는 구도 자체가.

      프로포션이 이유라면 얼큰이들은 대가리 운동장에 박고 있어야겠군요. 허허-

    • 누구나 개인의 의견을 타진할 수 있겠지.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주장한다면,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게 당연한 거고. 그 여자분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공개적으로 이지메를 당하는 지금 상황은 이해할 만하다는 거야.

      실기 위주의 인하공전 여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변호되지 못해. 나는 문과대생이지만 이과생들의 생활패턴이나 의대생들의 삶에 대해 짐작을 할 수 있고, 조금 더 폭넓게 말하자면 경험하지 못한 타자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말이야. 그 인하공전 여대생은 그러한 점이 부족했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무식함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고, 그때문에 조롱당해도 할말 없는 거지. 책을 왜 읽어? 간접 경험을 하려고 읽는 거 아냐? 두꺼운 책의 존재를 나중에야 알았다면 그만큼 자신의 지식의 폭이 얇다는 걸 인정해야 하겠지.

      성인이라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지금의 비난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주장은 길거리에 똥을 싸놓고 치우지 않는 사람을 두둔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20대 초반의 여학생들과 30대의 외국 여성을 앉혀 놓는 구도 자체를 구상한 건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제작진이지, 시청자가 아니야. 거기에 멍청하게 불려나간 여대생들에게 그 어떠한 강제성이라도 있었을까? 대충 대본 보고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충분히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아직 독재정권 시대는 아닌 것 같은데.

      기럭지 문제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내 자유야. 하지만 나는 결코 공중파 방송에 나가서 그렇다고 이야기 하지 않을 거야. 아직 이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프로의 성격과 그 여자애들의 발언을 자세히 보시지.
      그 프로의 본질은 자신의 경험들을 토크 형식으로 줄줄이 나열하는 거야. 담화 프로의 전형이지. 그런데 정치 담화하고는 전혀 달라. 니가 프로포션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 애들에겐 키가 문제인거 뿐인거야. 질문이 들어간 건 “당신의 데이트 상대로”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고, 모두들 “자신들의 데이트 상대로”라는 말로 그와 같은 발언을 했지, 키작은 남자가 인간 취급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그같은 말들을 한게 아니야. 그래서 홍대 친구도 제 키가 170cm라서 라고 먼저 말을 시작했지. 아니라면 180cm 이하 남자도 남자인가요? 라고 일반화시켜 얘기했을 거야. 너가 공중파라는 성격에선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면, 공중파에선 모두들 같은 취향과 같은 눈높이의 것들만 이야기해야한다는게 돼. 계산이 안되면 밤새 고민해보렴.

      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 나 역시 무척 안타깝다. 사태의 본질은 여성이 절대 살이 찌면 안된다는 말과 다이어트 광풍이 몰아치는 건 괜찮고 같잖게 여대생들 앉혀 놓고 데이트 상대로 어떤 사람이 좋은가하는 개인적인 질문을 해놓고 순진하게 자.신.의 데이트 상대의 조건을 나열한 어린 여자들에 대한 맹공을 하고 있는 것이거든.

      가쉽을 갖고 양식있는 척을 한다는 것은 이런때에 사용하는 말이란다. 오래도록 한 연예인을 좋아한 것에 아무 이유없이 따귀를 날리는 행위 폭력이라고 말하는 거고. 알겠니?

    • 한가지 더. 데이트 상대로 어떤 남자가 좋아요?

      착한 사람이요~

      .
      .
      .

      아, 네~ (침묵)

      니 얘기는 그 토크쇼의 본질 자체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야.
      그리고 멍청한 것의 문제라면 누가 너만큼 멍청하겠니? 타인에게 그런 말 함부로 하지마. 프로포션을 들이댄다면 키 얘기를 한 그 아이들은 전혀 문제가 없어.

  2. 방송을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엄청난 것 같더군요.
    루저 발언한 여대생은 어떻게 될지..

    오랜만이지만 오랜만이지 않은척^^

    • 저 댓글은 안달고 있지만 매일 가서 확인하고 있어요. 건강 챙기세요.

  3. 그네들이 뭘 하든 신경은 쓰이지 않지만,
    그 외의 사람들(저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마저도
    ‘공영방송이라는 곳에서 요즘 여대생들이 저렇게 생각하더라,
    그러니깐 요즘엔 연애를 하려면 돈은 남자가 써야하고
    외모도 괜찮아야한다.’
    라고 진실로 확정지어버리는게 마음에 걸립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국의 여자들이 모두 루이비똥 백도 안 좋아하고, 자동차가 좋은 남자를 만나려고 치장하건 아닌데말이죠.

    상대론을 모르고 상대론에 대해서 말한 여자와 커버해주지 않고
    일반론으로 몰고간 KBS의 합작품이랄까요.
    대체로 ‘그런’ 프로에 나오는 여대생은 일반론으로 보면 TV에 한번이라도 나오고 싶은 외적 요소에 민감은 사람들일테고,
    그걸 잘 이용하는 일반론을 매우 좋아하는 KBS.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잘못도 아니고 외모지상주의가 표면적으로 빵, 하고 터진거죠.

    점점 추워져요.
    감기 조심하세요.
    식사 잘 챙기시구요. :)

    • 맞아요 정말.. 제 주변엔 저런 식의 사고를 하는 여자가 없거든요.

      한국도 많이 춥죠? 전 최근에 맛있는(?) 한국의 인스턴트 음식들을 다량으로 공급받았어요. 여기서 그정도면 아주 사치스러운 거죠. 크리스마스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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