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

공부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성향중 하나가, 자기 합리화를 잘한다는 것이다. 자주 하고, 또 잘한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 자신의 전공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자신감도 있어야 하고, 또 타인의 공격을 충분히 방어할 정도의 능력도 있어야 하는 건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한 분야의 대가일수록, 자기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양보나 타협을 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목도하게 된다. 이미 한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늙은 학자가 만약 새로운 주장에 자신을 굽힐 경우,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 혹은 자기 자신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문제는 이러한 자기 합리화가 전공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혹은 일상 생활로 확대될 경우에 발생한다. 일종의 습관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자기 합리화는 고집이나 독선, 아집과 같은 개념들과 종이 한장 차이로 엇갈릴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닌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 혹은 누가 맞고 틀리는지 명확하지 않은 일상 생활에 있어서의 일방적인 드라이브는 타인을 피곤하게 할 뿐더러 자기 자신의 스펙트럼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다.

누구나 상대방의 의견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말이 맞고 틀림을 생각하기 전에, 혹은 다른 사람의 말이 자신에게 ‘쓰다고 해서 뱉어 버리기’ 전에 왜 그런 지적을 받았는지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일방적인 방향에서 이야기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지금 상대방을 지적하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내 말이 틀렸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늘 자기 자신의 행동거지를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합리화는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미국에 와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중 대부분이 나보다 잘났음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겸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끝이 없다.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녀도 모자랄 판국이다.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살수는 없는데, 그렇다면 잘못을 알아 차리고 인정한 뒤 수정하는 노력은 하면 좋은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사회 생활을 해야 하는 성인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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