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상해.

-마커슨 교수님 수업 텀 프로젝트 프로포절을 엉망진창을 써 내고, 도저히 이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필드를 혼자 공부한다는 건 무리라고 판단, 수강중인 트레이드 세미나와 연계해서 써야 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어제 오늘 부랴 부랴 바꿔 써냈다. 이제 내일 아침 교수님과 면담만 하면 대략적인 페이퍼 계획은 끝나는 거였다. 내 딴에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 했다.

–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Melitz (2003) 모델에서 출발한다. 단기적으로 가격 변화는 기업의 수익 구조와 시장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정부가 고의적으로, 혹은 어떤 외부 충격에 의해서 한 나라와 다른 나라간 환율에 significant 한 변화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가 아이디어의 출발이다. Assuming Bilateral trade, CES demand function,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firms heterogeneity in productivity (all is the same with Melitz) and also assuming the trade between one small country and one big country which has a key currency, depreciation regime for the small country will make market distortion. Specifically, it induces the new entrants of less domestic firms in the foreign and domestic market and force more productive firms to exit in domestic market. Even if it gives the same number of variety for consumer, the consumer has to encounter less prefered domestic goods and higer priced foreign goods. This deprecitation regime, is only good for less productive domestic firms while the rest of all are suffered from it. Simply say, the decrease of aggregate welfare and we cannot find any evidence of increase in productivity.

난 내 아이디어를 통해 강만수가 한 환치기 놀이가 얼마나 쓸모 없는 짓인지 밝히고, 현 정권의 기본적인 경제 정책이 매우 친기업적이며 이게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도 아무 쓸모 없는 짓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냥 이건 개인적인 바램이었고..

암튼 내 나름대로는 탄탄하다고 생각했다. Krugman (1980) 도 가져다 쓰고 싶었다. iceberg cost 를 계량화할 수 있다면,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channel 만 확보된다면 크루그먼 모델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완전 편한 마음으로 전에 다 읽지 못한 논문 한편을 읽는데,

왠지.. 멜리츠의 냄새가 심하게 느껴졌다. 논리 전개 방식이나,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그래서 교수 이름을 봤더니, Thomas Chaney 라는 시카고 대학 교수였다. 박사학위를 어디서 받았나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CV 를 봤다. 에꼴 수페리에에서 석사 받고 MIT 에서 박사 학위받았다. 근데 커미티중 한명이 역시 멜리츠였다! 그래서 올해는 프린스턴에 리서치 펠로우로 가 있었고. 멜리츠가 거기 있으니까.

아무튼! 중요한건 그가 퍼블리시한 논문이 두개밖에 없다는 거다. 맞다. 2005년에 학위받은 어시스턴트 프로페서였다. 얼굴도 잘생긴 훈남… 근데!!!!!!!

한편은 내가 읽고 있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의 제목이 바로..

“Exchange Rate Pass-Through in a Competitive Model of Pricing-to-Market.”

뭥미??

나도 멜리츠를 기본 모델로 삼고 있고, 이 양반도 스승이 멜리츠이니..

이미 퍼블리시까지 된 논문이 나와 똑같은 모티베이션에서 시작했고 논리 전개방식도 비슷하며 결론까지 똑같다는 거. 하지만 나보다 훨씬 정교하고 훨씬 단단하며 훨씬 체계적이겠지. 겁나게 똑똑한 MIT 출신 시카고 교수니까… 물론 큰 줄기만 같고 세부적으로 논증하고 싶어하는 대상은 다르다. 하지만, 뭔가.. 오리지널리티가 확 빠진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커슨 교수님도 내일 그러시겠지. 너가 생각하는 거 이미 퍼블리시 된 논문으로 있다고. 그거 보라고.

힘이 쭉 빠졌다. 어떻게 생각한 아이디어인데!!! 2005년에 나왔어도 내가 말을 안해. 2009년에 나온 따끈따근한 페이퍼라니!!

소위 말하는 ‘전세계가 아끼는 천재’ 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다는 거에 위안을 삼아야 하나 ㅎ

암튼, 갈길은 멀다.

6 thoughts on “너무 속상해.

  1. 저의 속상함과 급이 달라요 ㅡ
    전 지금 제 아이팓 한가운데에 회색 선이 몇개 그려져 있어서
    어제부터 이거 땜에 속상해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흐엉 ㅠ
    그리고 안속상해도 될거같아요 히히

    • 저도 그런거에 민감한 편인데! 전 휴대폰 기스나는건 괜찮은데 아이팟 기스나는 건 못참아요 ㅠㅠ 우째요 ..

  2. 으악 으악 저의 속상함과도 급이 다르네요
    저는 지금 스포츠경제학에서 미분 과정 하나가 이해가 안되서 …
    종혁님 글 보니 역시 전 이길이 아닌거같음…
    으하허허후허허어

    • 저도 미분하나 못하면 하루종일 끙끙 앓죠.. 수학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 고생 자주 하는 편이예요. 그래도 그런 과정 속에 실력이 쑥쑥 자라나는 것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3. 우와… 오빠-
    이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른 것 같은데요?
    유럽에서 와인잔 붙들고 상미랑 value 없는 이야기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오빠와의 히히덕 거림은 왠지 수준이 안 맞아서 못 할 것 같어…ㅎ

    (정상미랑 저는 아직도 전화로 쓸모 없는 이야기로 서로 좋다고 히히덕 거린다는…ㅋ)

    암튼,
    오빠 miss ya!

    • 아냐.. 교수님한테 결국 빠꾸먹었어.. 그거땜에 지금 완전 우울.

      선미야, 너가 회사일에 적응해 나가는 것만큼 나도 그냥 조금 더 많이 배울뿐이야. 나도 너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잖니 ㅋ

      우리가 했던 그 지저분한 히히덕거림은 아직도 유효하다는거!
      나 요새 그런 수다 같이 떨 사람 없어서 무지 외롭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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