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Oasis

결국 올 것이 왔다. 노엘 겔러거가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글을 읽었다. 역시 영어 잘하는 구나 -_- 그동안 너무나 많은 시간동안 문제를 일으켜 왔던 형제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오아시스 해체 소식을 그냥 또 하나의 헤프닝으로 생각했는데, 가만히 두고 보니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MTV 언플러그드할 때 노엄이 참여하지 않고 노엘 혼자 하던 사건도 있었고, 형제끼리 난투극을 벌였던 일도 기억난다.

벌써 18년이다. 그동안 음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중 일부는 그럴줄 알았다하며 냉소적으로 대꾸할 것이고, 다른 일부는 그들의 해체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간에, 우리 모두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하고 늙어 갔다는 것이다. 18년이라는 세월은 그리 짧은 기간이 아니다. 나는 오아시스의 “definitely maybe” 앨범이 나올때 갖 중학생이 되었고, 지금 서른을 향해 가는 늙은 청년이 됐다. “wonderwall” 이 영국을 넘어 미국을 휩쓸때 배철수 아저씨 라디오에서 하도 많이 나와서 지겨워 하기도 했었고, “don’t look back in anger” 에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도 내 아이팟에는 오아시스의 멘체스터 라이브 실황 비디오가 담겨져 있고, 심심할때마다 한번씩 돌려보기도 한다.

오아시스의 최근 음악들이 매우 힘에 부쳐 한다는 느낌은 받았다. 그리고 점점 끝이 다가 오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죽음이 그렇듯이, 아무리 예측한다 한들 그 복잡한 심정이 어디 가거나 사라지진 않는다.

ps. 권지용이 이 곡을 베꼈다고 인터넷이 난리다. 벌써 앨범에서 세곡이나 표절 시비가 일고 있던데, 나는 최근에야 권지용의 곡을 들어 봤다. 표절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아니라고 확신한다기 보다는 “표절이라고 딱 잡아 낼 근거를 찾기 힘들다.” 라고 해야 하나. 플로 라이다의 노래와 관련된 곡은 약간 더 비슷하게 들리긴 하나, 이것도 뮤지션쪽에서 아니라고 우기면 유먀무야 넘어갈 수준이다. 결국 이건 뮤지션의 양심의 문제다. 권지용과 YG 가 욕을 먹고 있는 건, 표절 그 자체의 심각성보다는 표절 논란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가 네티즌들의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나름 권지용이 간난애기 시절 말도 안되는 랩을 할때부터 봐 왔던 사람으로, 그가 엄청 대단한 뮤지션이 될만한 포텐셜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장근석처럼 허세를 부리는 ‘그들만의 스타’ 가 될 것인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색깔있는 뮤지션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 그의 행보에 달려 있다. 최소한 나는 그에게 애정이란 게 있는데, YG 가 사람을 잘 못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세븐, 휘성, 렉시, 거미… 모두 포텐셜은 굉장했는데, 결국 다 망해 버렸다. 그쪽 회사 문화가 그런 걸 수도 있고.

그리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권지용을 몰아 세우는 네티즌들의 집단 광기다. 그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기준선을 확고히 지키면서 그 기준선에 미달하는 특정 셀러브리티들을 잔인하다 할 정도로 공격한다. 그들의 뒷담화에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그 카니발리즘은, 설사 대상이 실제 과오를 범했다 할지라도 충분히 문제가 될 만 하다. 민주주의는 절차의 이데올로기이고, 논리성과 상대성을 그 철학적 근간으로 한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많은 이들은 ‘미성숙’ 상태에 스스로를 가두기를 선호하는 듯 하다. 권지용을 옹호하는 팬덤의 반응도 하나 나을 것 없다. ‘안 들으면 되잖아’ ‘너희보단 낫거든’ 등등의 방어 기제들을 보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한참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교육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주입에 집중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고 있으나, 그 정답을 어떻게 찾아 나가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이 이 교육의 수혜자들이다. 팬이 셀러브리티를 좋아하는 방식은 수만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무엇이 낫다고는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까지 치닫는 걸 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결론은 브라운 아이드 걸스 짱.

Economist 紙 기사 中

정기 구독하고 있는 Economist 지 미국판 8월 15일자의 leaders 기사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놀라운 economic rebound 에 관한 거였다. 흥미가 가는 내용이라 간만에 줄쳐가면서 집중해서 읽었다. 일간지로 치면 헤드라인에 해당하는, 7-8 페이지에 달하는  special report 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 주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는데, 분석 내용의 상당 부분에 수긍을 하는지라 간략하게 요약해 본다.

기사 내용은 완전히 새로울 건 없다. 전형적인 서구의 시선에서 바라본 동아시아 국가들의 새로운 유형의 성장 동력에 관한 내용이다. 우선 동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trade-dependent 하다. international trad 를 분석해 보면 developing country 는 developed country 에 대한 무역 의존 비율이 상당히 높다. 간단히 말해 작은 나라는 큰 나라와 교역을 해야 이익을 창출한다는 얘기다. 큰 나라들은 내부적인 성장 동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많은 인구의 높은 소비 수준을 감당해 내야 하기 때문에 작은 나라들과 교역을 한다. 근데 최근 일어난 financial crisis 때문에 선진국들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이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들 올해 2/4 분기에 보여준 놀라울 정도의 경제 회복(을 넘어선 성장) 속도는 다른 이유를 찾게 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 거의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연기준으로 환산하면 10%가 넘는 경제 성장 속도를 2/4분기에 보여 줬는데, 이중 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성장 비중은 극히 미비했다. 일부 비관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기 침체의 장기화때문에 일부 대기업들의 공장이 문을 닫았는데, 경기가 조금 회복되면서 다시 inventory goods 를 생산하기 시작함에 따른 일시적인 경제 회복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건 맞지 않는게, 한국을 예로 들면 지난 분기에 지속적을 inventory production 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이들 국가들이 세계의 다른 모든 국가들이 아직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눈부신 성장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가 뭘까? 이코노미스트지는 그 이유가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행했던 자국 통화의 ‘devaluation’ 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역설적으로 한국등 국가들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중단했던 시점부터 이들 국가들의 생산성이 증대되고 실질 GDP 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지표를 그 증거로 제시한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국가들의 국민소비의 급격한 증가가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이들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난 분기에 소비한 총액은 미국 국민들의 소비 감소분을 벌충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더이상 미국 국민들의 소비 수준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의 총소비가 증가한 이유로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꼽았다. 한국은 세금을 감면하고 환급했으며,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인프라스트럭쳐를 보강했다. 케인즈의 이론은 단기적으로는 항상 들어 맞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효과는 적다. 가격과 임금의 경직성이 사라지고 재정지출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사그라 들면서 실질 소득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국가 재정 적자는 국민들로 하여금 빚을 갚기 위해 저축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건, 이번 경제 위기가 “financial market” 에서 비롯됐다는 거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가꾸어온 “productivity” 에 이번 경제 위기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이 행한 사회 간접 자본 확대는 이런 생산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국의 지난 분기 소득 대비 저축 비율은 23% 에서 3% 로 급감했다.

그리고 이번 경제 위기가 단지 미국의 금융 시장 불안으로 촉발되었다는 것도 동아시아 국가들의 회복력을 강하게 하는 다른 이유다. 앞서 말한 대로 이들 국가가 가지고 있는 생산성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고, 결국 환율 조절에서 손을 떼기만 하면 기본적으로 국민 소비에 큰 영향을 가하지 않는 경제 위기였다.

그럼 동아시아 국가들의 이 리바운드는 지속될 수 있을까? 몇가지 의문 사항이 있다. 첫째 버블. 이미 여기 저기서 버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국가들의 집값과 주식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이건 버블의 전형적인 선행 지수이다. 주식 가격의 폭등은 전 세계 자본을 이쪽으로 결집시키고 있는데, 이건 버블을 부추기는 2단계 요인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 국가들의 financial system 은 견고한 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비리” 라는 것도 있다) 결국 이에 대한 해법은 환율을 조정하는 것인데 이는 수출을 중시하는 이들 국가들의 특성상 쉽게 하기 어려운 것이고, 다른 해법은 금리를 높이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모기지 자기 자본 비율을 40% 까지 높이고 검열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다른 국가들도 버블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성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뭐하냐) 이 리바운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국가 전체 소득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분배되는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의 주력 산업이 labor-intensive, or service intensive 산업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러니까, 결국 대기업들에게 돌아갈 몫이 커지게 되면 소비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장기의 경제 성장은 demand part 가 아닌 supply part 에 달려 있다. 생산성 재고를 끊임없이 시행하고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통제하며 인프라를 확충한다면 이들 국가의 리바운드는 지속될 수 있다.

내 주석을 곁들여 가며 뻘요약해 봤다. 나의 생각은 – 강만수 이새끼는 완전 병신이었다. 윤증현도 딱히 잘하는 게 없어 보인다. 부자들의 세금 감면은 효과가 미비할 것이다. 결국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sharing 을 확대해야 한다. 파이를 키우자는 정부의 주장은.. 인구가 5천만을 육박하고 국민의 소비 수준이 일정 선 이상이 되는 이 나라에서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내가 불안한 건, 한국의 경제 리바운드는 일견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게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앞서 기술한 대로 재정지출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각 경제 주체가 정부의 시그널링에 익숙해 지는 순간 그 효력을 상실한다. 그때가 되면 또 환율가지고 장난칠 게 뻔하다. 외화 잔고는 바닥을 칠 것이고, 신용 경색 위기가 오면 그냥 눈뜨고 당할 수 밖에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소홀히 한 부분이 바로 ‘국민과의 신뢰’ 문제였다. 시그널링에 노이즈가 생기면 국민은 정부를 믿지 않는다. 아무리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해도 정책을 계속 바꿔 버리고 타게팅을 바꿔 버리면 시장에 혼란만 생기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한 술 더떠 국민을 ‘속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운좋게 버텼을 지 모르겠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으면 정말 곤란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경제 상황에 대해 굉장히 비관적이던데, 우리도 일본처럼 완전히 주저 앉지 말란 법은 없다.

Blur – beetlebum

블러의 베스트 앨범이 나왔다. 몇몇의 비사이드 곡들과 함께, 우리가 즐겨 들었던 대부분의 좋은 곡들이 포함되어 있다. 계약 내용 매꾸기 위한 목적의 건성 베스트 앨범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이 앨범의 제목부터 느껴지는 그들만의 색깔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중학교때 함께 음악을 듣던 친구중 한명이 블러 광팬이었다. 딱히 이유는 없어 보였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땐 꽤 괜찮아 보이는 밴드 하나 찍어서 팬인양 떠들어 대는 게 일종의 자기 과시와 같았으니까. 다른 친구는 건스 앤 로지스, 나는 스키드로우였다. 그러다가 블러를 좋아하던 친구가 블러를 좋아하기 시작할 무렵 나는 트립합으로 넘어 갔고, 그래서 우리는 모두 다함께 펄프를 싫어하게 됐다. (응?)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린 털복숭이 아저씨들이 욕만 해대는 오아시스라는 팀이 싫었고, 블러를 응원했는데, 결국 처음부터 블러가 지는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 해답은 비틀즈에 있었으니까. 어쨌든, 나는 블러의 음악들을 매우 매우 좋아했고, 고릴라즈도 좋아하며, 그래험 콕슨의 솔로  프로젝트도 좋아했다. 블러가 한국에 왔을 때 당연히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아마 중3때였나, 기억이 잘 안난다) 처음 겪어보는 스탠딩의 열기에 압도당해 숨막혀 죽을 뻔한 기억이 있다. 무대 메너가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무대 위로 던졌는데 알고 보니 교복 치마였다. 핫뮤직 기사에도 나의 행동이 언급되었던 기억도 난다.

나는 이정도다. 블러에 대한 기억이.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들의 존재를 잊을 수 없을 것이고, 모두 하나 이상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 참 안타까운데, 우리의 기억에서조차 남지 못하는 뮤지션들도 엄청 많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이들의 인생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것 처럼 보인다. 매닉스처럼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는 밴드들도 놀랍고, 픽시스처럼 돈때문에 다시 뭉쳐서 투어를 다니는 전설들도 있지만, 끝까지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센스’ 하나는 결코 놓치지 않는 ‘블러다움’ 이 나를 반갑게 만든다.

데이먼 알반 너무 좋아 아흥

….. EMI 에서 동영상 못 퍼가게 막아 놨나 보다. 퍼킹 이엠아이!

그래서 to the end 라이브 영상으로 대체

근황 + 최근

– 새로 이사한 집에서 산지 한달이 다 되어 간다. 전형적인 미국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의 전형적인 미국식 목조 주택. 한국집보다 당연히 약간 더 춥고, 약간 더 방음 시설이 부실하다. 하지만 집을 좁게 지을 필요가 없으니 집안 구석 구석이 널찍하고, 막힌 곳이 없이 탁 트여 있어서 생활하기에는 크게 나쁘지 않다. 아직 쓰레기를 언제 내다 놔야 하는지, 청소할 때 신경써야 할 것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내 방에는 아직 침대가 없고, 인터넷은 방금 전에야 개통이 됐다. 모든 것이 불완전하지만, 또 그만큼 바꿀 수 없는 것들도 적다.

– 트레이드, 마이크로3, GEM 이렇게 세 과목을 듣게 될 것 같다. 거의 99% 확정. 나머지 과목들도 놓치기는 아깝다. 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한국을 떠나 생활한 지 1년이 넘어 가는데도 아직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부모님과의 전화 통화도 뜸한 만큼, 가족을 제외하고는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한국의 지인은 한명도 없다.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기 보다는, 한번 연이 닿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메달릴 것 같은 느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을 두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한번 기대기 시작하면 굉장히 많은 것을 기대하고, 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보고 싶은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연락을 하면 할 수 있지만 꾹 참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연락을 하고 싶어도 도저히 선이 닿지 않아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사람들이 그 둘이다. 전자의 경우 대부분이 친구들이다. 은사님들도 계시고, 친척 형 누나들도 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지금 내가 고생하고 있는 모습보다는 가까운 미래에 조금은 나아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후자의 경우 헤어진 여자친구이거나, 잠시 매우 가까웠지만 관계를 끊어 버렸거나 끊어진 경우의 사람들이다. 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감정의 기복을 심하게 겪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강렬했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들을 다시 만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또다른 부류의 지인들은, 역설적이게도 그렇지 않은 지인들에 비해 소통의 빈도가 현재에도 빈번한 편이다. 그렇다고 수십명의 블로거들과 소통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소수의, 다섯 손가락 정도에 꼽힐 만한 분들과 ‘한글’ 로 편하게 대화한다는 것이,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나에겐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힘이 된다. 평소 가까웠던 친구들과는 전혀 연락하지 않으면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혹 겨우 한번 봤음직한 사람들에게 애정을 표현한다는 게 누가 보면 우습게도 보이겠지만, 나에겐 이쪽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절대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코 소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 거는 기대감, 혹은 이들에게 느끼는 책임감은 또 다른 유형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의 방식도 달라지게 되는 것 같다.

– 최근에 찍힌, 혹은 찍은 사진들은 felix 님이 가르쳐 주신 좋은 사이트, ihardlyknowher.com/heuk 에다가 올렸다.

struggling start + farewell, former presidents

–  elective course 를 듣는 첫번째 학기다. 그래서 과목 선택에서 엄청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있는 학교는 철저하게 applied microeconomics-based research school 이어서, 개설되는 과목들이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그만큼 일단 개설되는 과목들의 질적인 수준은 신뢰를 할 만 하지만, macro 와 관련된 과목은 ‘전무’ 하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전국에서 (그리고 전세계에서) top 이라는 international trade 는 프랑스에서 새로 부임한 젊은 교수님이 강의한다. 도저히 알아 듣지 못하는 프렌치 억양의 영어는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에게 일종의  barrier 로 작용하고 있는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들을 생각이다.

– 문제는 나머지 한과목의 선택이다. advanced micro theory 는 필수니까 반드시 들어야 하고, 보통 한학기에 세과목을 듣는데,  General Equilibrium Modeling, Environmental, Public Economics 중에 한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세계적인 대가의 과목을 꼭 들어 보고 싶고,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학부때 닥터 조의 대학원 거시를 듣고 무한한 감동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경제학에서 ‘이름값’ 이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됐다. Trade 와 함께 소위 strong 하다고 분류되는 과목들이 환경과 퍼블릭이라 그것도 고민되고.. 나는 조금이라도 macro 와 관련이 되는 과목을 듣고 싶은데, 현실은 쉽지 않다.

– 첫번째 주부터 recitation 을 하라는 우리 Morey 교수님의 지침. 덕분에 나는 엄청 바쁜 새학기 첫날을 보냈다. 오늘은 교수님 경제학원론 강의에 들어가서 빔 프로젝터 페이지 넘기는 일을 했는데, 500명 앞에서 실수를 몇번 하니까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작년에 대학원 수업을 이분께 들었는데,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이미지에 내심 놀랐다. 왜 내앞에서 웃어주지? 왜 나한테 개인적인 친분을 표시하지? 뭐 이런 의아함.. 의뭉스러움.. 난 아직 작년에 그 수업에서 고생한 기억이 생생한데 말이다 -_-

– 프리림 시험보느라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는 소식도 하루 늦게 접했다. 충격의 정도가 노통때보다는 심하지 않았다. 그래도 슬프긴 매한가지. 논리적인 개연성을 확인할 길이 없는 심리적인 추측은 최대한 피해야 하겠지만, 노통의 죽음으로 김 전 대통령도 분명 정신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 괜히 짐작해 본다. 그리고 그 짐작은 나의 마음을 더더욱 무겁게 만들 뿐이고. 좋은 상상은 결코 아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랄뿐.

– 어떻게 보면 상당히 비겁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나는 지금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일련의 사건들을 의도적이지 않게 피하고 있다. 21세기의 첫번째 decade 는 한국에게 있어 분명 굉장히 심대한 페러다임의 변화를 가져 온 시대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전에 전혀 겪어 보지 못한, 예측할 수도 없는 성질의 것이다. 한나라당판 “잃어버린 10년” 은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반드시 있고, 또 여러가지 의미에서 재평가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시기였다. “post 잃어버린 10년” 은 한국이라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반동이 행해지고 또 정리되어 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좋은 연구 사례가 될 것이다. 이명박이라는 희대의 인물이 어떻게 탄생하고 또 이 나라를 변화시키는 관찰하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사태를 관찰하고, 생각하고, 연구할 대상으로 보는 사람은 시대적 사명감이 너무 투철한 사람이거나,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스포츠보다 더 예측하기 힘든 이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보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지난 1년간 내게 일어난 재밌는 변화 몇가지. 처음에 경제학을 공부할 때는, 음악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가장 싫어하는 feild 는 industrial organization 이다. 지금 가장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inflation targeting monetary policy 가 과연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developing country 에도 유요하게 적용될 것이냐, 인데,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 몇달이 채 되지 않는다. 갈대같은 연인들의 마음보다 더 쉽게 변하는 게 바로 나의 학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아닐지. ㅋ

– pandora.com 은 새로운 음악을 소개받는 데에 있어 정말 유용하다. 방금 알게된 좋은 포크 음악 몇개. lisa hannigan radio station 에서 발견한 곡들이다.

시험 끝, 새학기 시작.

– 프리림 시험이 지난 주 금요일에 끝났다.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마무리짓는 일주일간의 시험. 나는 내가 딱 하는 만큼 본 것 같다. 내가 지난 1년동안 잘 못하고 잘 몰랐던 과목에 대해선 그에 합당한 퍼니시먼트를 받았고, 자신있어 했던 과목은 그만큼 수월하게 풀어 나갔으며, 잘 몰랐지만 이번 여름동안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 과목은 나름 만족스로운 퍼포먼스를 보였다. 물론 아직 결과는 안나왔지만.. 시험 마지막날인 금요일에 계량 시험을 보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밖으로 나오는데 선배들이 밥사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들 여럿과 뒤이어 나오는 동기들의 수다소리를 뒤로 하며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한대 피우는데, 참 그 때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잠을 며칠 제대로 자지 못해 몽롱한 가운데 팔다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고, 그렇게 끝나기만을 바랬던 시험이 끝났는데 기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묘한 기분이 한동안 계속 됐다.

– 다음주 월요일이 개강이다. 그전까지 일주일의 짧은 휴식 기간이 주어졌다. 시험이 끝난 당일에는 선배들과 덴버로 나가서 초밥을 먹었고, 그날 저녁에는 크리스가 주최하는 신입생 환영 파티에 다녀왔다. 어제는 한국 학생들끼리만 따로 모여서 테이블 메사 호숫가에서 바베큐 파티를 했다. 내일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다는 ‘garden of the gods’ 와 그 바로 옆에 있다는 ‘pikes peak’ 에 다녀올 계획이다. 단 일찍 일어난다는 가정하에 -_- 부끄럽게도 아직 콜로라도에 온지 1년이 다되어 가는데 그 어느 관광지에도 다녀오지 않아서, 큰맘먹고 볼더를 벗어나볼 참이다. 황량한 고속도로를 몇시간 달리는 것도 가끔 좋을 때가 있다. 머리가 약간은 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 경제 한파가 우리 학과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대학원 과목을 축소시키려는 학교 당국의 요구가 전해졌고, 교수들은 과목을 지키기 위해 당국자들과 협상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일단 수강 신청을 많이 해두자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다. 내가 원래 들으려고 정해 두었던 과목들은 다행히 별 영향이 없지만, 대가들이 개설하는 몇몇 과목들이 폐강될 위기에 처해 있어 어찌 할지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이다. 마커슨 교수의 general equilibrium modeling 은 다른 어떤 학교에서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과목이라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내가 방법론쪽으로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methodology 가 후지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리는지라..

– 새로이 이사한 집은 아직 정리가 채 마무리되지 않았다. 인터넷도 아직 안되고, 케이블 티비도 신청해야 한다. 크리스는 개를 한마리 입양했는데, 이름은 ‘피어스’ 다. 우리가 흔히 맹인견으로 알고 있는 종. 너무 착하고 얌전하다. 짖지도 않고, 물어 뜯지도 않는다. 어디 아픈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얌전하다. 다만 한가지 섭섭한 점은 영어만 알아듣는다는 거. 생후 5개월인데 벌써 훈련을 많이 받아서 영어로 말하면 다 시키는 대로 하는데, 한국말로 하면 반응이 없다.. 그래서 이름도 영어 이름인 거겠지.

야구 글로브도 샀고, 베드민턴 라켓도 샀다. 이제 핑퐁 테이블만 사면 된다.

IMGP2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