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le & Camera Obscura

Adele 의 (‘기념비적’ 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인상적인 데뷔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앨범을 들으면 들을 수록 가장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곡이다. 결국 기대되로 오피셜 클립이 나왔는데, 오피셜 클립또한 상당히 흥미롭다. 아델의 음악이 갖는 미덕이라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주의를 깊이 기울이지 않아도 어느정도 충분한 감동과 만족을 가져다 준다는 점인데, (굳이 말하자면)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음악이라고 할까 :) 말이 어렵다. 말을 하다 보면 결국 자기가 한 말에 스스로 잡혀 먹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요즘 왕왕 그런다. 특히 한국말을 할때.

 

 

 

Camera Obscura 는 사실, 처음 이들이 데뷔했을 당시에는 워낙 쟁쟁한 뮤지션들이 많아서 크게 관심을 기울일 수 없었던 밴드들 중 하나였는데, 결국 이 밴드가 가장 오래 살아 남는 셈이 됐다. 이제 이쪽 계열, 그러니까 쳄버팝 쪽에서는 거의 독보적일 정도로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감성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되었는데, 지난 6월초 공연을 놓친 게 못내 아쉽다. 사실, 어제 오랜만에 덴버로 장도 볼겸해서 쇼핑을 나갔는데 urban outfitters 라는 저렴한 옷들 모아놓고 파는 멀티샵에서 이노래가 나와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사실 이 노래가 굉장히 슬픈 노래인데, 카메라 옵스큐라가 부르면 모든 노래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참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말이 없다. 싱글 커트가 되지 않은 곡이라 아직 오피셜 클립은 없는 듯. 신기하게 “French Navy” 가 첫번째 싱글 컷된 곡인 것 같다. 물론 좋은 곡이긴 하지만. 더 좋은 곡들이 앨범에 가득 들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덧.

지름신이 어제 내려 오셨다. 그런 날이 있다. 그날 따라 스스로에게 굉장히 관대해져서 돈을 막 쓰게 되는 날. 그런 날은 원래 집에 콕 처박혀 있어야 하는데, 어제는 쇼핑 센터에 가버렸다. 완전 장날이 되어 버렸다. 미국도 참 지독한 불황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 1년 내내 세일을 하지 않던 날을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전에는 크리스마스 세일이니, 부활절 세일이니 하면서 그럴듯한 핑계라도 대면서 세일을 했는데 요새는 그냥 “무조건 세일” 이란다. 뉴욕이나 디트로이트쪽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이곳 사람들도 우선 옷가지부터 소비를 줄이는 것 같다. 우야돈동 결론은, 기본 20% 세일하는 백화점에서 (Saks fifth avenue 였음) 추가로 33% 할인해주는 행사가 있어서 부리나케 옷을 찾은 결과, 200불 조금 넘는 돈으로 theory 니트랑 반팔셔츠 두개를 건질 수 있었다. 후후후 -_- 이제 이번달은 결국 라면과 함께로군. 어제 아침에는 디파짓까지 해서 석달치 rent 를 한꺼번에 내버리는 바람에 나의 전재산이 절반으로 반토막나는 사건이 있었는데, 정신못차리고 결국 질러 버렸다. 그래도 집에 와서 입어 보니 참 이쁘더라 ^-^ 특히 니트가 마음에 쏙 들었음. 그래놓고 오늘 아침엔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중) 이코노미스트지 구독기간 1년 연장까지 했다. 완전 미친 거지. 비빔면 하나 끓여 먹고 나가야겠다. 식비를 줄여야지 별수 있겠어.

 

보너스 음악 하나 더.

 

 

최근에 산 앨범 네장.

그리즐리 비어 신보, 윌코 A Ghost is born 앨범, 익스플로젼스 인 더 스카이 최근 앨범, 그리고 리사 누나 앨범을 샀는데 그중 리사 누나 앨범이 지금까진 제일 좋다. 평점은 제일 낮은데 말이지, 후후. 역시 나는 특정 보이스 컬러에 매료되는 경향이 좀 심한 것 같다.

올여름 공연 계획 (desired version 1.1)

글쎄, 이중에서 얼마나 실제로 가서 볼런지는 모르겠다. 우선 8월 중순에 굉장히 중요한 시험이 있고, 그 시험이 끝난 후 바로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또 험한 반년이 시작될 예정이라 어디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공연들이 꽤나 있는 게 사실이다. 비싼 거 먼저 버리고, 공연장이 먼 순서대로 버리고 그러면, 대충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jul 3rd, Wilco w/ Okkervil River (confirmed)  – 내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될듯. 아오 윌코 형아들.

jul 12th, Bon Iver w/ the Wheels (confirmed) – 학교 바로 옆에서 하는, 정말 정말 보고 싶었던 라이브. 꼭 갈 거다.

                                                                                              오늘 결재함 +_+

jul 14th, Death Cab for Cutie w/ Andrew Bird and Ra Ra Riot (confirmed)  – 오프닝 밴드가 앤드류 버드라고? omg

jul 31th, Sonic Youth w/ Awesome Color – 이건 아마 안갈듯. 소닉 유스 형님들이라 땡기는데 시험이 코앞이고 덴버다.

aug 14th, Rufus Wainwright at Lyons – 시험 끝나는 날인데, Lyons 에서 하는게 약간 걸리긴 하는데.. 가고 싶긴 하다.

aug 22th, Bat for Lashes at Denver – adele 을 놓쳐서 안타까웠는데, 이 공연까지 놓친다면…

aug 23th, Flaming Lips, Explosions in the sky w/ two other bands – 문제의 공연. 반드시 가야하는 공연.

sep 16, Gin Blossoms – !!??!!  언제적 진 블러섬즈가 지금? 근데 가고 싶다 ㅋ

 

이 외에도 주다스 프리스트 (ㅋㅋ) 데프 레퍼드, 에어로 스미스같은 빅 올드 밴드들부터 킬러스, 나스, 릴 웨인같은 거물들까지 오긴 온다. 내가 볼마음이 없거나 터무니없이 티켓가격이 높아서 못갈뿐. 킬러스는 조금 아쉽네. 작년 콜드 플레이를 눈앞에서 놓쳤던 것과 같은 기분. 뭐 내 신분과 내 능력하에서는 50불 넘어가면 조금 망설여 지긴 한다.

나는 몇개의 공연을 올 여름에 볼까. 지금까지 본 공연들은 전부 다 최고였다. Modest Mouse 가 조금 구렸는데, 그건 사운드가워낙 조악해서였지 밴드의 퍼포먼스는 꽤 괜찮았다.

난 Bon Iver 가 제일 땡긴다. 조용히 혼자 다녀올지, 아니면 요새 내가 음악을 전수해 주고 있는 누님 한명을 모시고 갈지 고민중이다. 직접 가서 보고 배우는게 가장 빠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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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 비경험 문답.

역시 심심할때 만만한건 문답이라 -_-

001. 입원 – nope

002. 골절 – 군대에서 축구하다가 한번.
003. 헌혈 – 고등학교때 몇번, 군대에서 몇번.
004. 실신 – 국민학교때 유행하던, 앉았다 일어났다 많이 시킨 후 숨못쉬게 하는 위험한 게임에서 한번.
005. 결혼 – not yet.
006. 이혼 – not yet. 
007. 샤브샤브 – really like it.
008. 식용달팽이 – nope.
009. 도둑질 – nope. 뭐 어렸을 때 집에 있는 쌈지돈으로 맛난 건 사먹는 것도 도둑질이라면 yes.
010. 여자를 때림 – no
011. 남자를 때림  – yes but 때렸다기 보단 일방적으로 맞는 중 한번 대든 정도랄까 (..)
012. 취직 – 파트타임도 취직이라면 yes at this time.
013. 퇴직 – no;
014. 전직 – no, this is my first job
015. 아르바이트 – I’m doing part time job at the school
016. 해외여행 – Europe, Japan, Austrailia
017. 기타 – I can play it
018. 피아노 – Gave up
019. 바이올린 – No I can’t
020. 안경 – 안쓴다
021. 렌즈  – 안낀다
022. 오페라 감상 – 한번.
023. 텔레비전 출연 – not yet
024. 파친코 – no
025. 경마 – no, but 경마장 앞에까진 가봤음. 그 앞에서 파는 번데기 먹고 탈나서 응급실로 실려갔던 기억.
026. 럭비 – no
027. 라이브 출연 – mm no 
028. 미팅 – 2 times
029. 만화방 – several times
030. 오락실 – many times
031. 유화 – haven’t
032. 에스컬레이터 역주 – ?  
033. 풀 마라톤 – no
034. 자동차 운전 – everyday
035. 오토바이 운전 – no
036. 10Kg이상 감량 – no……
037. 교통사고 – 음 딱 한번 어렸을 때 어머니가 몰던 차를 타고 가다가 버스가 측면에서 들이 받았음.
038. 전철 틈새에 추락 – no!
039. 세뱃돈을 주다  – not yet
040. 도스토예프스키 – 이상하게 도스토예프스키랑 인연이 잘 안닿네.
041. 괴테 – no
042. 10만 원 이상 줍다 – 카드 잔뜩 들어 있던 지갑을 학원에서 주운 경험은 있음. 바로 로비에 가져다 줌.
043. 10만 원 이상 잃어버리다 – 그냥 친구에게 빌려주고 못받은 적 .
044. 금발 – no
045. 귀걸이 – no
046. 500만 원 이상 쇼핑 – never
047. 대출 – no
048. 러브레터 받음 – mm yes 
049. 키스 ㅋㅋ – yes
050. 선거 투표 – yes
051. 개, 고양이 기름 – 한국집에서는 계속 키웠고, 여기서는 못키우고 있는데 이사가면 키울 것 같다. 크리스가 맹인 안내견 데리고 오기로 해서 기대가 매우 큼 ㅋㅋ
052. 유체이탈 – no
053. 전생의 기억 – no
054. 요가 ㅋㅋ – no
055. O/S재설치 – ?
056. 보이스 채팅 – no
057. 선생님에게 맞다 – many times. 난 체벌 반대일세.  
058. 복도에 서있는 벌 받기 – many times. 이거 좋은 거 아니었던가?
059. 임산부에게 자리양보 – mm I don’t remember
060. 남의 아이 꾸짖기 – no
061. 코스프레 – no
062. 동거 – mm. not yet, seriously
063. 2미터 이상에서 추락 – yes
064. 거지 – no
065. 학급위원 – many times
066. 문신 – no
067. 헌팅 – no for the both way
068. 역헌팅 – 아 이거 있었구나 ㅋㅋ 이것도 없었음
069. 몽고반점 – I don’t get it
070. 비행기 – sick of
071. 디즈니랜드 – no
072. 독신 – now I am
073. 스키 – yes but I don’t like it
074. 스노보드 – yes I hope to play well
075. 서핑 – no
076. 고백 – yes with high probabilities of success ㅋㅋ
077. 동성으로부터 고백 받다  – not yet. 조만간 한번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078. 중퇴 – not yet. 이것도 한번 정도는 앞으로 있을 것 같다.
079. 재수생 – no
080. 흡연 – sometimes
081. 금연 – considering

082. 필름 끊김  – once
083. 음주운전 – never
084. 결혼식에 출석 – sometimes when living in Korea
085. 장례식에 출석 – 1 month before

086. 부모님 사망 – not yet
087. 상주 – 할아버지 할무니 돌아가셨을때.
088. 보증인 – no, 절대 안할거다.
089. 유령을 보다 – 그게 유령인지 확실치 않음.
090. UFO를 보다 – no UFO 가 여기까지 왔다면 간만 보고 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
091. 선생님을 때림 – no
092. 부모를 때림 – no!
093. 범죄자를 잡다 – 음 없다.
094. 케이크를 굽다 – no I can’t cook
095. 비틀즈 – Like it but haven’t seen it
096. 흉터 – 미간 사이에 조그만 흉터 하나. 여드름이 너무 크게 나서 생긴 흉터. 그외 뺨에 자잘한 여드름 자국들.
097. 사이트 운영 –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사이트라면.
098. 식중독 – several times
099. 장난전화 – several times
100. 컴퓨터 바이러스 – many times!

101. 경찰차 타봤다 – no
102. 경찰방문 – no
103. 구급차 – no
104. 야간열차 – yes 특히 기억나는 건 베를린에서 빠리로 오는 야간 열차. 아오 다신 타고싶지 않아.
105. 치마 들치기 – 어렸을때.
106. 의사놀이 – 어렸을때.

107. 룸서비스 – 이거 은근 로망이었는데, 결국 못해봤다. 이유는 비싸서.
108. 파이널 판타지 – no
109. 화장실에 갇히다 – no
110. 조난 – no
111. 사기 당함 – 뭐 짜잘한 사기는 당해봤음.
112. 재판소 – no
113. 호출기- 삐삐? yes
114. 홀로 영화  – many times
115. 혼자 불고기 – no… 이거 좀 쎈데
116. 혼자 여행 – no
117. 해외사이트에서 통신 판매 – amazon.com 
118. 바둑 yes
119. 장기 yes
120. 마작 no
121. 벌에 쏘이다 yes 죽을뻔 했음
122. 사격 – yes 예비군 4년차임 사격 조교였음
133. 번지점프 – no
124. 스카이다이빙 – no
125. 시험 0점 – ah no
126. 10만 원 이상 당첨 – no
127. 마약 – no 하는 건 많이 봤다
128. 사랑니 – yes 하나가 옆으로 나와서 지금 고통스러움
129. 옥션 – no
130. 노래방 데이트 – yes 
131. 국제 전화 – many times
132. 100명 앞에서 연설 – yes 나 TA 임..
133. 남장, 여장 no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이유는 여장을 해도 별로 안이뻐서.
134. 시사회 – once
135. 스포츠신문 – don’t like it

136. 전학 – no
137. 영어회화교실 – no
138. 테니스 – several times. 여기 와서 배웠음
139. 승마 – no
140. 격투기 – no
141. 유치장 – no
142. 형무소 -no
143. 원거리 연애 – yes
144. 설탕, 소금착각 – no
145. 양다리 – mm no. 당해본적은 있음.
146. 수혈 – no
147. 실연 – yes of course
148. 해고당함 – not yet
149. 신문에 사진이 실리다 – no  
150. 골프 – yes but 어렸을 때 잠깐.
151. 배낚시 – no 낚시 싫어함.
152. 50만 원 이상 빌려주다  – no 50만원 이상의 여윳돈을 가져본 적이 없음 ㅋㅋ
153. 버려진 개, 고양이를 줍다 – no
154. 가정교사를 하다 – 과외라면 yes
155. 표창되다 – many times
156. 노인에게 자리 양보 – of course. 아무리 되먹지 못한 노인이라도 일단 양보는 한다.

157. 소총으로 총격 당함 – no.

 

짤방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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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간만에 외출했다. 오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살 집을 구경했다. 나중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결국 이사는 갈 것 같다.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렌트를 절약하고 미국 문화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이사하는 시점이 하필이면 프리림 바로 전이고, 또 가구며 이것저것 자잘한 것들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가뜩이나 바쁘고 정신없는 2009년 후반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데 짐하나 더 달고 뛰는 셈이다.  우리가 살게 될 집은 참 좋아 보인다. 넓고, 아늑했다. 완전한 한 가정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집이라 동등한 조건의 남자 네명이 살기에는 방의 크기며 배치가 제각각이긴 하지만, Ross 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경제학도니까 bidding 을 통해 방의 distribution 을 결정할 수 있” 다고 한다. 하하, 나 그과목 C 받았거등?? 나는 bidding 보다는 중앙 정부에 의한 효율적인 분배정책을 바라는 바이다. 로케이션도 괜찮다. 이웃들도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 버스로 한번에 학교로 통학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다. 집 주변에 하이킹 코스라던가 조깅 코스도 잘 되어 있어 뛰는 데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새로 지은 도서관도 집 바로 옆이라 하니, 이정도 가격에 이보다 더 좋은 입지 조건은 없을 것 같다. 그놈의 문제만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참 순조롭게 입주할 수 있는 거였는데..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오후에는 볼더 밖으로 나들이를 잠깐 다녀왔다. 돗자리 펴고 피크닉하는 그런 게 아니라, 장도 볼겸, 옷구경도 잠깐 할겸 근처 쇼핑몰에 잠시 놀러 가서 크레페 하나 먹고, 돌아오는 길에 테이블 메사에 있는 호숫가에 들려 사진을 좀 찍고 들어왔다. 역시 사진은, 김군의 가르침에 따르면 “결론은 뽀샵질” 인 것 같다. 집에 가만히 앉아 꼼지락거리다 보면 망친줄 알았던 사진들이 놀라운 모습으로 부활한다. 사진은 찍은 그대로 보존하는 게 더 낫지 않나, 라는 고지식한 나의 신념이 강하게 흔들리고 있다. 어짜피 디지털로 찍은 사진은 내 손에서 일찌감치 저 멀리 떠난 뒤가 아니던가. 카메라가 알아서 셔터 스피드도 잡아 주고 화이트 밸런스도 잡아주는데 후보정을 조금 더 한다 한들 그게 디지털 사진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결국 결과로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직 잘 모르겠다.

 

 

심적으로는 참 괴롭고 지난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 몸뚱아리 하나 살아보겠다고 꿈지럭 꿈지럭 움직이긴 한다. 조금씩 호흡도 빨라지고, 걸음도 종종거린다. 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마음보다 몸이 먼저 준비하기 시작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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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볼더로 다시 건너와서 처음으로 지인을 만났다. Y형님은 작년 이맘때 나와 함께 보름정도를 함께 살았던 인연으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사회생활도 오래 하시고, 가정도 아주 잘 꾸리시는, 예의바르고 수다스러워서 내가 좋아하고 잘 따르는 형님이다. 흔히 유학생들이 말하는 유학생들의 특징들중 하나가 남자끼리 커피숍에 앉아 두세시간동안 줄창 수다를 떨게 된다는 것인데, 나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미국에 와서 그 누구와도 길게 대화를 해본적 없이 며칠을 히키코모리처럼 보냈기 때문에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다섯시에 만나 여덟시가 다 되어 헤어졌으니, 돌아와서 입이 아플만도 하다. 공교롭게도 볼더에 흔치 않은 한국분들이 운영하시는 식당과 찻집만 돌아다녔다.

 

이곳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비가 올듯 말듯 잔뜩 찌푸린 하늘에 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여름날씨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아주 건조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기분이 산뜻해질 정도로 습도도 적당했다. 찻집 창가에 앉아 조용한 찻집에서 흘러나오는 평화로운 음악을 들으며,  또 그만큼 기분좋은 말씀만 해 주시는 형님을 앞에 모시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기분이 많이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다가 문득 창밖을 내다 보았다. 흐린뒤 개어갈 무렵 아주 맑아지는 듯한 느낌의 하늘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Arapaho ave. 에서 로키산맥쪽을 보고 있자니 아주 장관이었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로키산맥의 한줄기 뒤로 넘어가는 햇살이 구름을 통과할 때 느껴지는 참 맑은 기운.  자연으로부터 받는 것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 24시간 내내 더러운 하늘만을 가지고 있는 서울과는 참 다른 ‘기운’ 이 이곳에는 있다. 그렇다고 역시 천해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하동의 하늘과도 또 다르다. 조금 더 차분하고, 차갑고, 여유롭다.

 

 

서쪽 하늘

서쪽 하늘

출국 전날.

5월 15일에 서울에 도착해서, 6월 16일 오후에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한다. 현지 시간으로 약 저녁 여덟시쯤 덴버에 도착할 것 같다. 한달 가까운 시간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많은 일들을 겪고, 또 그보다 조금 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 약 10개월간의 공백은 나에게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 주었고, 나의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것들이 혼란스러웠고, 아주 조금이었긴 하지만 꽤 괜찮은 느낌의 희망과 거대한 크기로 다가오는 절망, 혹은 분노가 함께 한 한달이었다.

 

우선, 나의 한국 방문 한달을 완전히 지배했던 두분의 죽음에 대해 기록하려 한다. 나는 이 두분의 죽음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내 가치관에 많은 변화를 주게 되었다.

 

 

 

 

우선 가장 큰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나는 내가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근 일주일동안 거의 아무런 사회활동도 하지 못한채 보내야 했다.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더러는 관통해 지나갔다. 한국 사회에 대한 포기와 경멸의 감정의 반복끝에 도달한 결론은 희망이었다. 비로소 나는 유시민의 저작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알량한 자존심과 엘리트 의식을 아직 버리지 못한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했던 유시민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서적들에서 ‘진짜’ 를 보았고, ‘희망’ 을 확신했다. 나는 해체한 개혁당의 당원으로 아직 기록이 남아 있고, 유시민이 앞으로 만들게 될 제3의 정치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약 10년쯤 뒤에는 그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노통을 잃었고, ‘그들’ 앞에 무릎꿇었으며, 평생 짊어지고 갈 상처를 얻었다. 그 상처를 보며 절대 잊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의 죽음은 나를 ‘각성’ 시켰다. 정신이 버쩍드는 느낌이랄까, 타성에 젖어 나태해져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기회를 제공했다. 다른말로 바꾸면,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행해지는 고등교육의 틀안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임을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나의 몸은 여전히 제도권 경제학계에 몸담고 있겠지만, 나의 방향성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두번째 큰 사건은 내 절친한 친구 아버지의 부음이었다. 나는 이틀동안 그 친구의 곁에 있었는데, 노통의 죽음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실질적인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아직 많이 덜 되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면 안되는 상상이지만,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 이후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어떻게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이제 20대 중반을 통과했고, 결혼을 현실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으며, 나의 아버지는 은퇴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 세대의 교체가 곧 이루어질 것이고 나는 집안의 대소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무와 권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내 상상속에서 나는 실무적인 처리에 대한 부분과 조문객들을 상대함에 있어서의 행동요령에도 아직 미숙함이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의 죽음전에 내가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효도, 효도, 효도뿐. 예전에는 참 그렇게 와닿지 않았던 그 단어가 새삼스래 소중하고 절대적으로 느껴진다. 가족안에서 내가 받는 사랑은 내게 정말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매순간 그것이 내게 주어졌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도 어느 순간 내가 그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시기에는 더더욱, 애틋한 마음을 조금 더 자주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앞으로 차차 기록하려 한다.

 

지금은 기분이 많이 좋지 않다. 그래서 더이상 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