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music, films, readings, and me

감기 조심. + alp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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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감기에 왜 걸렸을까. 잘 모르겠다. 버스를 놓쳐 30분 넘게 정류장에 서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날따라 밤에 바람이 참 세게도 불었지. 새벽 늦게까지 잠을 자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자야 할 때 자지 못하면 컨디션이 갑자기 난조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카펫 청소를 꽤 오랫동안 하지 않아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목이 칼칼하기도 했던 것 같다. (오늘 청소기 돌렸다) 하루는 너무 피곤해 이빨을 닦지 않고 그냥 침대에 쓰러져 잤던 것 같다. 국민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그러셨다, 세수는 안해도 이빨과 발은 꼭 닦고 자야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그러던 와중에 어느날 아침 일어나 보니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있었다. 내 감기는 항상 목부터 온다. 침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목이 아프면 며칠 후 반드시 열이 나기 시작한다. 보통 거기서 멈추거나 몸살로 하루 이틀 알아 눕거나 하면 낫는데, 이번에는 코까지 훌쩍거린다. 아직 등이 아프진 않은 걸 보니, 아직 끝물은 아니다. 자나 깨나 감기조심.

학기는 드디어 미쳐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참 좋았었지. 나는 꺼내 놓았던 책들을 다시 책장속으로 돌려 보냈다. 3개월 뒤에 보자. 가끔은 꺼내서 읽을 수도 있겠지. 그 가끔을 허무하게 놓치지 말자. 이번 부활절 연휴는 프로포절 하나를 써내야 하기 때문에 전혀 여유가 없을 것 같다. 학기가 미쳐가는데 혼자 정상적이고 고상한 척 하는 생활을 영유할 수는 없다. 정신없는 생활이 싫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흠뻑 빠져들었다 빠져나오면, 무언가 얻는게 반드시 있다. 그게 공부가 될 수도 있고, 공부가 아니라면, 그냥 인생경험을 한 것일 수도 있을게다. 무엇이 되었든 잃는 것은 시간뿐이다. 시간에 대한 값어치를 후하게 치루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동기 한분이 한국으로 돌아가시게 됐다. 어제 밤 몸져 누워 있는데 갑자기 다른 동기 형님께 급하게 나마 밤 늦게라도 모여서 간단하게 환송회를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열시에 모여서 간단히 풀자고 한 회포가 새벽 네시까지 이어져 버렸다. 나는 술까지 마셨고, 덕분에 오늘 컨디션은 근래 보기 드물게 최악이다. 읽어야 할 책이 이만치 두껍고, 제출해야 할 과제는 쌓여 가고, 다다음주에는 급기야 시험까지 있다. 그래도 한 사람과의 작별을 위해 할애한 여섯시간이 – 비록 타이밍이 많이 이상했을 지언정 – 후회스럽지는 않다. 건승하시길. 건승하세요 형. 저도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열심히 할게요.

요새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온다. 나는 아직 음악을 찾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세상에는 너무나 좋은 음악들이 이미 존재하는데, 그걸 찾아내는 건 순전히 리스너들의 바지런함, 혹은 부지런함이다. 그점에 있어서 나는 게으르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 나가면서 귀에 이어폰을 꽂게 되는 순간마다 들을만한 음악이 없어 고파 한적은 근래에는 없었던 것 같다. 분에 넘치게 좋은 음악들과 함께 하고 있다.

Egg & I 에서 스킬렛을 먹고 REI 에 들러 모자 두개를 샀다. 원래 애용하던 모자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탓이다. 하나는 덴버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무릎에 놓고 운전하다가 그 사실을 깜빡하고 내렸는데 나중에 잃어 버린 것을 알았다. 다른 하나는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손에 모자가 들려져 있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두개를 잃어 버렸다. 혹자는 이런 게 B형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들 한다. 불행히도 나는 혈액형을 믿지 않지만,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그렇구나 하고 새겨 들을 것 같긴 하다. 나는 지갑을 잃어 버린 적이 딱 한번 있는데, 이상하게 장갑이나 모자는 잘 잃어버린다. 이번에 산 모자들은 참 마음에 든다. 겨울이 끝나는 4월까지 꼭꼭 챙겨 잘 쓰고 다녀야지.

Written by jongheuk

February 8, 2010 at 12:0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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